"다문화를 다른 색깔로 보지 마세요. 우리 주변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고 같이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다문화 가정 엄마 학교의 서울 지부장으로 활동 중인 양태열 교수는 "다문화는 다른 인종 사람들이 아니고, 함께 살아갈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매년 늘어가는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또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우리 사회 꼭 필요한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다문화 가정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낯익은 단어로 자리잡고 있다. 매년 신생아의 5%인 2만여 명이 다문화 가정에서 출생한다. 최근 5년 사이 전체 초등학생 수는 278만 4000명에서 271만 1000명으로 7만 3000명 가까이 (2.6%) 감소했지만 다문화 (국제결혼 + 외국인) 가정 초등학생 수는 3만9360명에서 9만3027명으로 5만 4000명 가까이 (240%)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심각한 교육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교육 위기 해결의 출발점은 30여만 명에 달하는 다문화 가정 부모들이 자녀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아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보충 교육/멘토링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한마음 교육봉사단은 2015년 3월에 다문화 엄마 학교 시범학교를 개설해 초등학생 자녀의 가정 학습을 담당하고, 교사와 소통하며, 중고등학생 자녀의 교육을 챙기는 엄마를 배출하는 재활 교육의 틀을 갖추었다. 비영리 자발적 모임으로써, 다문화 가정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O2O 교육시스템을 운영해 전국의 모든 다문화 가정 자녀가 성공적인 사회 장착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문화 가정 엄마 학교의 서울 지부장으로 활동 중인 양태열 교수를 만났다. 그가 말하는 다문화 가정 교육의 중요성은 무엇일까. 아래는 인터뷰 내용의 전문이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양태열 교수입니다. 기업체에 있다가, 10년 전에 기업체를 은퇴하고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서 교육 전담 교수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은퇴자의 삶을 즐기며, 엄마 학교 지부 협의회에서 서울지부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Q. 한마음 교육봉사단 교수(교사, 지원팀)로 참여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나 계기 알려주세요.
A. 고등학교 선배이자, 대학교 동문인 최병규 교수님의 요청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봉사단 시작 당시, 마땅하게 사람이 많지 않아 최병규 교수님의 지인들이 일을 시작했지요. 개인적으로는, 농촌 문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문화 가정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농촌의 젊은 남성들과 결혼하는 외국 이주 여성분들이 어떻게 보면 농촌의 붕괴를 막고, 더 나아가 사회구성원을 책임지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구성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엄마 학교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시나요.
A. 저는 서울 엄마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을 맡고 있습니다. 담임의 역할은 많습니다. 우선 학습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개별적으로 학생들의 고민 상담을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배포된 수업자료를 학생들의 국적이나 문화, 특성 등에 맞게 각색하여 준비하며 수업을 준비합니다. 또, 다음 기수의 엄마들을 선발하고, 가능성이 있는 학교를 알아보고 선정하기도 합니다. 엄마 학교를 확산하기 위해, 담임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담임선생님으로서 힘드신 부분은 없으셨나요.
A. 봉사자 선생님을 모집하는 일이 매우 어렵습니다. 강의하고 계시는 선생님은 대부분 지인 추천으로 연결되게 됩니다. 하지만 2~3년은 해도, 장기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사회봉사를 위하는 사람, 즉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봉사자들을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엄마 학교나 한글 스쿨이 사교육이나 공교육에서 제공되는 교육 플랫폼과는 어떤 차별화된 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눈높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엄마 학교나 다문화 한글스쿨의 교육은 수요자 중심이 됩니다. 사교육이나 공교육 등 다른 교육 플랫폼은 공급자 위주의 교육시스템이지만, 봉사단 교육은 학생들의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학생 중심에서 바라보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즉 눈높이를 낮추는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들이 선생님으로 계시는데 초등학교 선생님이 제일 잘 가르쳐 주십니다. 제가 느끼기엔 대학교 교수가 제일 못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하는 것이 저희 교육시스템의 차별화된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눈높이 교육에 대해 말씀해주시니, 엄마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더 궁금합니다.
A. 엄마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입니다. 15분~25분 정도로 강의가 구성되어있고, 이 텀으로 진행합니다. 웨빙 하우스의 망각곡선 연구를 살펴보면 반복 학습이 학습효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억의 축적을 확산해나가는 교육시스템으로 수업강의 제공 후 형성평가와 확인평가로 체크했습니다.
또 코로나 이전에는 격주에 1번씩 있는 출석 수업이 전면 대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격주에 1번 일요일 2시에서 4시 사이에 격주 1번씩 출석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주 40시간제도가 있음에도, 토요일에 일하시는 어머님들이 많았기에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 사이 일요일에 출석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서울 엄마 학교의 경우는 코로나 이전에 한 학기에 1번씩 야외수업을 하며 기분전환도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KAIST 대학탐방도 하였고요.
Q. 그런 교육시스템 덕분에, 엄마 학교 학생분들 중 대부분이 초등학교 검정고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신다고 들었습니다. 학교 측에서 도움을 주시는 건가요.
A. 초등학교 교과과목을 공부하는 엄마 학교 프로그램을 통하여, 학생분들께서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시곤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자기 자긍심에 아주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보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자격증이 본인에게 자긍심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들을 교육하는 데에, 그리고 가족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포인트가 될 수 있는거죠. 물론 100%의 합격률은 아닙니다. 또 제가 있는 서울 엄마 학교의 경우, 검정고시 합격률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 검정고시 합격률이 아니라, 자녀교육을 하며, 본인이 자기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교수님으로부터 엄마 학교 교육 커리큘럼을 들으니, 학습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이 드는데요. 혹시 교수님만의 특별한 수업이나 숙제들이 있을까요.
A. 저는 추석이나 설날에 본인 집안에서 일어난 구정 풍경을 1페이지 정도로 정리해서 발표하라는 숙제를 내줍니다. 또 2022년에 내가 이루고 싶은 일 3가지를 설정해보라는 미션도 내주고요. 예를 들면 아들 칭찬하기, 남편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기 등 쉽게 일상에서 이룰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가족들 간의 관계도 더 좋아지고, 일상의 즐거움들을 느낄 수 있는 미션들을 내주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숙제가 많다고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웃음) 또 굉장히 도움이 되는 수업들도 제공하려 합니다. 제가 있는 서울 엄마 학교에서는 부모교육 전문가를 불러서 한 번씩 특강을 하여 자녀교육에 도움을 받도록 합니다. 그전에는 KAIST에 한번 전체 지부 학생들을 모아 자녀교육 특강도 진행하곤 했습니다. 학습적인 부분 외로도 수업 외적으로의 도움을 주고자 노력합니다. 학생들의 반응과 기대효과도 좋아 보람찼습니다.
Q.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나 이야기해주실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A. 아주 옛날이야깁니다만, 초기에 다문화 결혼이 이루어질 때, 신부를 사 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힘든 여건과 상황에서 한국 땅에 왔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시댁과의 갈등들이 많은 학생이 기억납니다. 정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고요. 그런 이야기들을 가진 학생들이 엄마 학교에 와서, 본인도 할 수 있다는 자기 자긍심을 얻기도 하고, 새로운 계기가 되어 도전해나가는 경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쁩니다.
또 다른 에피소드로는 부인의 공부를 응원하러 6개월 동안 빠짐없이 엄마 학교 수업에 같이 참여한 아빠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존경하는 분이셨어요. 대부분 다문화를 관심 가지지 않는 아빠들이 많은데, 그 아버지는 다문화 수업에 관심이 아주 많으셨어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어린 자녀 세 명과 함께 공부하러 온 학생도 있었고, 그런 다양한 형태로 엄마 학교에 함께한 사람들이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Q. 엄마 학교를 진행하시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자본적인 문제도 있고, 함께 봉사할 분들을 찾는 문제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십시일반 돈을 내서, 진행해오기도 했습니다. 또 초창기에는 엄마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문제도 있었지만 지금은 학생 모집문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엄마 학교에서 선생님들을 모집하는 부분이 힘듭니다. 단기적으로는 봉사할 수 있지만 5년에서 10년 이렇게 장기적으로 봉사하실 수 있는 분들은 많이 없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자기 일거리가 많기에, 학생봉사 기간에만 봉사하다 보니 함께 봉사해줄 사람들이 많이 없기도 합니다. 많은 분이 관심을 조금씩이라도 가지며, 사회적으로 많은 인식 참여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교수님은 어떤 마음으로 한마음 교육봉사단에서 봉사하시나요.
A. 저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모든 사람에게 그 빚을 갚기 위하여, 저의 재능을 환원시키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봉사하며, 한 개인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를 더 낫게 하는 데에 기여도 아닌, 그냥 한 발 걸쳤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내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느낀 것인데, 오늘의 내가 있으려면 나의 능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수고와 노력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왔기에, 그만큼 사회에 다시 환원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며 살고 싶기에 그런 마음들로 엄마 학교에 임하는 것 같습니다.
Q. 한마음 교육봉사단의 교육 프로그램들을 통하여 어떤 사회적 인식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이런 노력이 다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부드러워지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선진국은 수용하려고 하는데, 후진국 사람들은 수용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어요. 인종차별, 개인차별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한민족의 경향성을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국가정책이 이민 1세대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민 2세대에는 굉장히 미흡한 부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 활동들을 통하여 확산되고 있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다문화가정2세대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 되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자녀 중, 교육사다리에서 도태되는 경우들에 대하여, 우리가 모두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저는 봉사단 교육 프로그램들이 우리 다문화 자녀들과 엄마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해야 할 역할을 해야한다는 부분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