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무원 충돌 이해 어려워" 대구 퀴어축제 이후 시민 반응

지난 17일 대구 중구 중앙로역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원에는 '우리는 이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

다만 이날 주최 측의 도로 사용 여부를 두고 축제를 막으려는 대구시 공무원 500여 명과 이를 제지하기 위해 경찰 공무원 1천300여 명이 몸싸움을 일으켰다. 대구시는 주최 측의 집회 신고에 그쳤을 뿐, 지자체로부터 도로 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선 것이다. 이어 경찰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해당 축제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양측의 충돌을 직접 앞에서 지켜본 시민 A(34)씨는 "(축제가) 열리기 전부터 홍준표 시장이 퀴어축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을 접하신 했다"면서도 "지자체 공무원들을 데려와 이 같은 일이 생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또 "아무리 서로의 처지가 다르더라도,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과 공무원들이 서로 물리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대구시와 경찰 양측을 모두 비난했다.

이날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면서 중앙로역 대중교통전용지구는 11여 시간 동안 교통이 통제됐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인근에는 대구역, 동성로, 약령시 등 여러 상권이 겹치는 지역으로 지난해 기준 하루 교통량은 총 6만4천800여대로 집계됐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B(28)씨는 "시험 일정이 두어달 남아 주말에도 동구 혁신 도시 부근에서 버스를 타고 학원으로 통원하는 중"이라면서 "매해 열리는 퀴어 축제나 노조들의 집회로 인해 시간만 잡아먹는 꼴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대구시의 대집행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성소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C(53)씨는 대구시에 대해 "법원 판결문에 도로 사용에 대해 허락한 것이 없어 '불법'이라고 우기는 것은 말장난에 불가능하다"면서 성소수자들에게 "수많은 시선 속에서 용기를 내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준 그 모습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 중인 성소수자 D씨는 "경찰 보호 속에서 치뤄지는 퀴어 축제 속에서 대구시가 망쳐준 덕분에 본의 아니게 퀴어 성소수자의 시민권적 위치가 주목받게 된 셈이다"라고 대구시를 향해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