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발표한 '청년 일자리 정책'과 관련,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최근 "해외 봉사단 파견은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일자리 할당량만큼 보내기 어렵다"며 파견 목표를 낮춰 달라고 요청했지만 청와대가 "어떻게든 목표치를 달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31일 나타났다. 사고 위험을 보고했는데도 일자리 실적을 위해 무조건 파견 인력을 늘리라고 강요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은 지난 5월 31일 청와대에서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으로부터 '일자리 대책 목표 인원 조정안'을 보고받았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 문 대통령 주재 '청년 일자리 대책 보고대회'에서 당시 2000명 규모였던 1년 이상 코이카 장기 봉사단 파견 인원을 2021년까지 400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날 코이카는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수준의 목표"라며 증가율 하향 조정을 요청했다. 코이카는 그 이유에 대해 "봉사단이 파견되는 개발도상국은 의료 시설이 열악하고 풍토병과 재해 노출 확률이 커서 급격히 인원을 늘리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코이카는 정부 목표보다 1000명가량 낮춘 3000명 수준의 조정안을 제시하며 세부 프로그램별 증가율을 30~70%에서 10~25%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고충은 이해하나 목표 설정 초기가 아닌 현 시점에서 일자리 목표를 수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4000명+α' 목표만 맞춰 달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해외 봉사단으로 파견을 나가면 취업자로 계산되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코이카 측은 "1년 이상 프로그램 대상자는 '비경제 활동 인구'에 포함돼 '취업률 모수(母數)'에서 제외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비경제 활동 인구'란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이다. 통계청 발표 실업률은 경제 활동 인구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해외 봉사단 파견자는 실업 통계에서 제외돼 실업률을 낮추고 취업률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더구나 청와대는 코이카가 안전 문제로 해외 봉사단 대폭 확대는 어렵다고 했는데도 일자리 목표를 맞추라고 몰아붙였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코이카 해외 봉사단에서 발생한 질병·사고는 242건, 사망 사고는 5건이었다. 2015년엔 27세 여성 봉사자가 숙소에서 괴한 침입을 받고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도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이카 "4000명은 우리 목표치"
이 때문에 "해외 봉사단으로 취업률을 올리려고 청와대가 코이카를 쥐어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코이카 관계자는 "4000명 규모 인원 확대는 정부의 지시가 아니라 우리 측의 기존 목표치였다"고 했다.
* 출처: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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