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80%가량이 사실상 생활비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들의 생계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구직활동에 매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실제 구직활동에 쓰이지 않아 기본 취지와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8일 한국고용정보원과 함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업 효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올해 1~3기 선정자 3만6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기준 중위소득 120%(4인 가구 기준 월 553만6243원) 이하 가구에 속하고 학교 졸업 2년 이내인 만 18∼34세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 동안 클린카드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다. 첫 지원금 지급이 5월 이뤄진 만큼 실태 조사도 처음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1∼3기 수급자의 클린카드 결제는 모두 175만2163건이었다. 이 중 식비가 58만2983건(33.3%)으로 가장 많았다. 편의점·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소매·유통(47만9878건·27.4%), 인터넷 구매(23만3160건·13.3%), 교통비(5만5803건·3.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더해 의료비(2.1%)까지 포함하면 지원금의 79.3%가 생활비에 쓰였다. 반면 직접적인 구직활동으로 분류되는 도서구입비와 학원비는 각각 1.3%, 0.5%에 그쳤다.
고용부는 “지원금이 생활비에 쓰여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생계비 부담을 줄여줘 구직활동에 매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고용부가 제공한 설문조사에서 소방관을 준비 중인 한 청년은 “그동안 주말에 일을 하느라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 지금은 식비나 교통비 등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하루에 취업 준비를 포함한 구직 관련 활동을 한 시간이 지원금 수급 이전에는 평균 6.33시간이었지만 수급 이후에는 7.42시간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최근 3개월 동안 입사 지원, 면접 응시 등 직접적인 구직활동을 한 횟수도 수급 이전 3.13회에서 수급 이후 3.44회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청년들은 구조적인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으로 이전보다 구직활동을 하기가 더 힘들어 경제적 부담도 더 커졌다”며 “청년들의 구직 의욕을 증진시키는 지원이 이뤄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면 지원금이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냥 청년들에게 돈을 퍼주는 선심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진다. 실제 일부 청년 중에선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으로 40만원짜리 게임기를 산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예산을 아끼고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일호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지원금은 사용 불가능 영역(유흥·도박)만 설정해 놨다. 이를 사용 가능 영역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용처를 학원비, 구직활동 경비 등으로 제한하자는 의미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에선 직원들이 책을 살 때 돈을 미리 주지 않고 사용명목을 따져 후지급을 한다”며 “지원금을 선불제에서 후불제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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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04998&code=111311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