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잇따라 대졸 공채를 폐지·축소하면서 대기업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자, 고졸 취업준비생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기업들이 대규모 채용을 줄이면서, 고졸 채용 시장은 더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국 가운데 우리나라 대졸 취업률은 31위에 그쳤다. 한경연이 2020년 기준 OECD 국가 청년(25~34세)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대졸 청년 고용률은 영국(90.6%), 독일(88.4%), 일본(87.8%)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75.2%에 머물렀다. OECD 평균 82.9%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고졸 채용 시장은 사정이 훨씬 더 심각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올해 전국 581개 직업계고 졸업자 7만8994명의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졸업자 중 취업자 비율은 지난해에 이어 30%에 못 미쳤다. 2017년만 해도 50.4%에 달했지만, 지난해 27.7%, 올해 28.6%로 반 토막 났다. 대학 진학자와 입대를 제외해도 50%대에 그쳤다. 졸업 후 취업을 꿈꾸며 직업계고에 갔지만 정작 직장인이 된 졸업생은 3명 중 1명도 안 되는 것이다.
대졸과 고졸 간 채용 격차가 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은 산업구조 변화 속에 대기업들이 잇따라 공채를 폐지하며 취업 시장이 경력직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채용 자체가 사라지면서, 고졸에게 돌아갈 일자리가 더욱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대 중반만 해도 봄·가을마다 그룹들의 공채가 이어졌지만, 현재 4대 그룹 중 공채를 유지하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현대중공업이 2016년 수시 채용으로 바꾼 데 이어 한화(2018년), 현대차(2019년), LG(2020년)가 잇따라 공채를 폐지했고, SK그룹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대졸 신입 공채를 없앴다. 올해 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광주 가전공장 고졸 신입 생산직을 뽑았지만, 이는 8년 만의 고졸 채용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대기업 대졸 채용이 줄어들면서 고졸 취업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은 “코로나 같은 외부적인 충격이 있을 때 대졸보다 고졸 채용이 더 많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공채 폐지·축소도 고졸 취업자에게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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